어제와 내일을 지우고
나는 아무런 맥락도 없이 고립되었다
이는 살아있음으로
오로지 호흡과 생리와 노동이 있을 뿐이었다
인간이 진정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바로 그 순간에 있었음을
다짐과 성찰에 깨닫지 못하여
나는 단지 살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환멸
환멸
환멸
아무것도 세울 수 없는 땅은 기억과 함께 물결치어서
하늘과의 조화를 흐너뜨리고
태양은 어디에서 뜨는 것이든 희망을 비추지 못한다
작거나 크거나
순하거나 독하거나
차이가 우스워져서
할 말은 벌써 사라졌는데
무엇은 기어코 시가 되겠다고
무엇의 입은 꼬옥 닫혀 있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는 지친 단어가 되었기에
이렇게 끝내는 것이 옳다
저 서러운 황혼처럼
황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