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의 시간/섬

오늘과 나


어제와 내일을 지우고 

나는 아무런 맥락도 없이 고립되었다

이는 살아있음으로

오로지 호흡과 생리와 노동이 있을 뿐이었다

인간이 진정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바로 그 순간에 있었음을

다짐과 성찰에 깨닫지 못하여 

나는 단지 살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환멸

환멸

환멸


아무것도 세울 수 없는 땅은 기억과 함께 물결치어서

하늘과의 조화를 흐너뜨리고

태양은 어디에서 뜨는 것이든 희망을 비추지 못한다


작거나 크거나

순하거나 독하거나

차이가 우스워져서

할 말은 벌써 사라졌는데

무엇은 기어코 시가 되겠다고 

무엇의 입은 꼬옥 닫혀 있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는 지친 단어가 되었기에

이렇게 끝내는 것이 옳다

저 서러운 황혼처럼

황혼처럼



'생각의 시간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이 꺼지고  (0) 2018.01.07
숨을 끊기 좋은 시간  (0) 2018.01.04
요행을 꿈꾼 하루  (0) 2017.12.14
지속  (0) 2017.12.08
옛시절  (0) 2017.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