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로운 사람이다. 떳떳하지만 쓸쓸한 고백을 되새기려는 것은 나를 위로해줄 사람이 없는 까닭으로, 일기에 적는 심경으로써 마음을 달래고저 함이다.
저녁의 늦은 해장으로 먹은 순댓국은 맛이 깨끗해서 좋았다. 홀로 앉기에 걸맞은 크기의 식탁은 마음을 편안히 해주었고 따라서 난 조금의 조급도 없이 만족스런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식탁의 너비 같은 건 사실상의 문제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번다한 주말의 식당에서 타인에게 해방된 편안을 느낀 것은 아마 파멸의 증거가 아니었을까.
해체된 나
투박한 욕망과 이지러진 기억과 손끝에 닿지 않는 숭고가 부조화하였다. 나는 따라서 나를 경멸로써 욕하는 것이 습관이 된 만큼 영문 없는 눈물이 많아졌다. 소박한 사람이었다면 참으로 좋았을텐데, 내 거짓조차 세련된 모양을 띠고 내일을 현혹하는 것이다.
사랑조차 비겁의 선택들이었다. 겨우 깨닫게 된 불행을 시로 적고 싶었으나 죄다 마음을 속이는 문장들이다. 나는 아무래도 사랑을 할 수 없는 인간인가보다. 어쩌면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침대에 누워 하루하루를 소진시키며 보내는 나날이 길어지고 있다. 새로운 일을 찾아보겠다는 뜻이 생겼으나 역시나 마땅한 건 나타나지 않는다. 다시 먼지를 뒤집어써야 하는 걸까.
나를 구제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대단치 않은 것들이라는 생각에 괜시리 더 초라해지는 느낌이다. 어떤 역류를 타고 제자리에 온 것일까. 작은 행복들이 탐나는 밤, 불면만 나를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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