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울타리가 아니었다면 이미 수백 차례는 더 멸종의 위기를 겪었을 것이다. 오직 탁월함만이 자연을 차지하니 합리란 아무리 정교할지라도 변명에 불과함을 숙취의 헐벗음에 깨닫는다. 예술은 내 나약을 감싸 안을 안식처이지만 인간은 어디까지나 제 생활을 우선으로 지켜야 할 동물이다. 의미의 발현을 기다리기까지 민낯의 얼굴이 서로를 향한다. 그때 우리는 작고도 커다란 자연이다. 위대와 숭고는 그렇게 가까이에, 인간이 인간에 머물기를 고대하며 다가온다. 따라서 고독은 언제나 인간을 초월한 형식으로 마지못해 예술을 향하지만 그 뒷모습은 쓸쓸할 뿐이다. 승리는 그곳에 없다. 세계의 패배자는 새로운 신의 도래를 기다리며 자연의 생을 소모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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