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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시간/섬

고독, 패배


문명의 울타리가 아니었다면 이미 수백 차례는 멸종의 위기를 겪었을 것이다. 오직 탁월함만이 자연을 차지하니 합리란 아무리 정교할지라도 변명에 불과함을 숙취의 헐벗음에 깨닫는다. 예술은 나약을 감싸 안을 안식처이지만 인간은 어디까지나 생활을 우선으로 지켜야 동물이다. 의미의 발현을 기다리기까지 민낯의 얼굴이 서로를 향한다. 그때 우리는 작고도 커다란 자연이다. 위대와 숭고는 그렇게 가까이에, 인간이 인간에 머물기를 고대하며 다가온다. 따라서 고독은 언제나 인간을 초월한 형식으로 마지못해 예술을 향하지만 뒷모습은 쓸쓸할 뿐이다. 승리는 그곳에 없다. 세계의 패배자는 새로운 신의 도래를 기다리며 자연의 생을 소모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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