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ook 2018. 1. 18. 18:45


오직 태양이 빛났을 뿐이었습니다

생애에 대한 자긍으로 얼굴 없는 진실들이 희화화될 때

카페의 한자리에 앉아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이젠 까마득히 흘러간 시절 

수없이 반복해 듣던 노래가 심야 택시의 라디오에 흐른다거나

설산 너머로 지는 석양에 세월이 야속해질 때

엄마 손을 쥔 어린 아이의 어정어정한 걸음을 우두커니 본다거나

여운 깊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에도

이 아기자기하고도 정다운 생을 정성스레 포개어 

평소엔 사용하는 법이 없는 구석진 서랍 속에 고이고이 간직하고픈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태양을 지났습니까

내가 가장 강렬히 빛을 발하던 시간은 지나간 것입니까

작은 별

그저 작고 이름 없는 별이어서 누구의 눈도 붙들지 못하고 스러지는 것입니까


온 우주에 하얀 섬광을 뿌릴 그 잠시의 순간을 허락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