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고 : 성소년이 되다
'여기, 이 곳', 사람들은 가장의 기술을 터득한다.
주변의 활동이 모두 자신을 위해 마련된 연출인 듯, 이름에 앞 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 한다.
역사 이래로 그에 성실이란 수식을 붙여왔으니 참으로 인간들은 무구하였다.
전쟁이 인간다움의 말살을 가져왔다면, 현대라는 것은 인간을 무의미로 희석시키고 있다.
매력 없는 갈등들이 삶의 대부분을 채우고 태양은 쓸쓸히 뜰에 내려앉는다
꽃은 피며 절정의 순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시들기 시작한다.
시간이 가진 본질의 속성이라고나 할까.
발견하는 자는 생의 이와 같은 이치들을 곧잘 알아채곤 한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자연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는 사실이다.
미물이 제 부피를 늘리기 위한 고투를 할 때
문명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클래식은 어찌 자꾸만 과거로 멀어지는가.
성소년이 되기로 하였다.
여자 없는 남자, 남자 없는 남자가 되는 것도
그리 곤란할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나의 고독이 휘청일 때, 이젠 이 뻔뻔하고도 세련된 거짓말을 내어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이 육신의 아름다움이 저 한창의 꽃과 같아 머지 않아 외로이 시들게 됨을 안타까워 할 뿐이다.
아. 삶의 맛은 바로 이러한 것이다.
길고 따분한 영화에서 느끼게 되는 그 황량한 무드.
그러나 나의 노동은 그 건조한 모래 사막보다 더 시시하고 보잘것없어서 오직 그것이 나를 힘들게 할 뿐이다.
언젠가 이런 공상에 잠시 빠진 적이 있다.
내가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면 마지막 장면 그것은 아마도
밝고 건강했던 내 어린 시절로 닫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으로는 매기의 추억이 울려 퍼지리라.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